2008년 올 한 해는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뛰고 펀드는 줄줄이 깨져 더욱 심난했다. 이제 100일 남짓 남은 올 한 해 알차게 재테크하는 법을 국내 은행 대표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물어봤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시작된 전 세계 금융시장 불안은 대부분 국가의 주식시장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PB들은 이 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때는 채권형 펀드나 은행권 정기예금 등 안전한 투자가 제격이다. 홍준수 기업은행 일산주엽지점 PB팀장은 "예측 불허 상황이라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때"라며 "주자산은 안정적인 확정금리형 상품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대부분 PB들은 주식형 적립식 펀드 투자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주가 급락은 '저가 분할 매수를 통한 수익률 극대화'라는 적립식 펀드 취지에 딱 맞기 때문이다.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주가 상승에 따라 추가 이익도 노려볼 수 있는 주가지수연계예금(ELD) 상품을 권하는 PB도 있었다.

연말까지 반드시 가입해야 할 금융상품으로는 세금우대저축이 꼽혔다. 이관석 신한은행 PB고객부 재테크팀장은 "9% 저율로 분리과세되는 세금우대저축은 내년부터 20세 이상의 세금우대 한도가 현재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60세 이상은 6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어든다"며 "자금 여력이 있다면 올해 안에 최대 한도까지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55세 이상 60세 미만 여자는 생계형저축을 우선 가입하는 게 좋다. 생계형저축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3000만원 한도에서 이자 및 배당소득이 비과세되는데 내년부터 노인의 연령 조건이 남자 60세, 여자 55세에서 남녀 모두 60세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연말정산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도 좋은 재테크 방법이다.

그동안 의료비, 보험료, 신용카드 등 자질구레한 영수증을 꼬박꼬박 챙기느라 불편했지만 최근엔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연말 정산내용을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한결 수월해졌다.

단 교육비, 수업료, 급식비, 교과서구입비 등은 영수증이 있어야 공제가 가능하므로 꼭 챙겨야 한다.

의료비나 보험료 등은 인위적으로 늘리기 어렵지만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 사용은 남은 3개월간 늘릴 수 있다.

조성욱 하나은행 골드클럽 PB센터장은 "현재까지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금액이 총급여의 20%를 초과한 상태라면 소액이라도 현금영수증을 꼭 챙겨야 한다"며 "연봉 5000만원인 경우 1만원짜리 현금영수증을 챙기면 374원의 근로소득세 절감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맞벌이 부부라면 주소득자 가족카드를 활용해 사용금액을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다 적극적인 직장인이라면 몇 달 남지 않은 연말정산에 대비해 서둘러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문용술 국민은행 PB팀장은 "투자위험이 없는 연말정산 상품으로 개인연금보험, 신탁 및 장기주택마련저축이 대표적"이라며 "납입금액 범위 내에서 매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는 물론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저축은 소득공제는 물론 노후대비까지 가능한 상품으로 2000년 이전 가입자라면 1년간 불입한 금액의 40% 이내 최고 72만원까지, 2001년 이후 가입자라면 100% 이내 최고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비과세 혜택이 추가된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은 1년 불입금액의 40% 이내 최고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가입 후 7년이 지나면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만 2009년 말까지 가입분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5년 내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소득공제 금액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국민주택을 사려고 15년 이상 장기주택대출인 모기지론에 가입했을 경우 역시 대출이자의 100% 이내 최고 10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연금저축의 불입 금액이 소득공제 최고 한도에 미달했다면 지금이라도 추가 납입해 절세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한편 올해부터 바뀐 제도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올해부터 연말정산 시기가 다음 연도 1월분 급여를 지급하는 때에서 2월분 급여를 지급하는 때로 변경됐다. 의료비, 신용카드의 소득공제 금액 사용기간도 지난해 12월 1일부터 당해 연도 11월 30일까지에서 당해 연도 1월 1일에서 12월 31일로 변경됐다.

다만 올해만 2007년 12월 1일에서 올해 12월 31일까지 13개월 동안 쓴 의료비, 카드금액이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

또 올해부터 방과 후 학교수업료, 학교급식비, 교과서구입비 등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개인의 지정기부금 공제한도가 확대돼 현행 소득의 10%에서 15%로 늘어났다. 배우자 및 직계비속이 기부한 금액 역시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의료비 공제 역시 미용성형수술, 보약 등까지 확대됐다.

[조시영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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