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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권유에 보험 갈아탔더니…
'충격' 조선비즈 | 유윤정 기자 | 2012-11-20 17:35:08
#자영업을 하고 있는 박씨(45)는 최근 A보험사 설계사인 김모씨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김씨는 박씨가 지난 2000년 가입했던 A보험사의 확정금리형 보험 상품을 다른 보험 상품으로 갈아탈 것을 권유했다. 새 상품이 당시 가입한 보험 보다 훨씬 많은 보장을 제공하고 보장기간도 길어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보험료도 20%나 할인해 준다고 했다. 당시에 가입한 상품은 연 7.5%의 고금리가 보장되고 매년 일정 금액의 목돈을 지급해 주는 상품이었다. 박씨는 고민을 하다가 설계사의 설득에 못이겨 다른 보험으로 갈아탔다.
20일 금융감독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은 과거 고금리 및 확정금리 상품 가입자를 다른 상품으로 전환시킬 경우 설계사들에게 냉장고 등 고가의 경품을 주는 캠페인을 내걸고 있다. 설계사들에게 근무평점을 올려주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 확정ㆍ고금리 상품들이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 역마진의 원인으로 작용하자 이러한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도를 넘은 마케팅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험사 전속 조직 중심으로 지점장 지휘 하에 이런 활동이 벌어지거나 각 지역단이 지휘할 때도 있다. 콜센터에서도 고객에게 전화해서 다른 상품을 가입할 때 할인제도를 적용하는 경우도 많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치열한 판매 경쟁 때문에 확정금리가 12~14%나 되는 상품을 보유한 가입자들이 많다"며 "복리(複利)상품이다보니 10년이 지나면 이자가 크게 불어나 보험사들에겐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보험업계에 남아있는 연 7%대 확정금리형 상품 비중은 70조3000억원에 이른다. 8% 이상 되는 확정금리형 상품도 13조원이 넘는다. 저금리에 따른 자산운용 수익률이 4%라고 가정하면 생보사는 7~8%대 확정금리형 상품에서만 연간 최소 2조6000억원의 역마진을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고금리 확정상품 해약하면 손해‥손익 꼼꼼히 따져봐야
보험설계사가 가입자에게 해약을 권유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보험사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에 유리한 상품 위주로 전환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질 위험도 크다.
과거 고금리의 확정형 보험을 판매한 곳은 삼성·한화·교보·동양·신한 등 역사가 긴 대형 생보사들이 많다. 이들은 2001년부터 비과세 조건이 만기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된다는 이유로 1999년~2000년에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 종합과세를 피하려는 고액자산가들은 1억~2억원의 뭉칫돈을 들고 이들 보험사들을 찾아 일시납으로 예치했다. 대부분이 최저보증이율 7%나 7.5%의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들이다.
이같은 보험들은 가입한지 10년이 지났지만 해약하지 않은 고객들이 많다. 보험상품은 시간이 지날 수록 이득이 되는 구조다. 지급받을 이자가 원금에 더해져 더 많은 이자를 낳는 복리 혜택이 커진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장기 저금리 상황에서 역마진이 나는 구조다보니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보험을 중도에 해약하게 되면 통상 해약환급금이 납입 원금보다 적기 때문에 소비자가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인 만큼 설계사의 말만 믿고 해약하기보다는 해약으로 입게 될 손해와 신규 가입으로 얻게 될 이익에 대해 신중히 비교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경호 한화생명 63FA센터 재무설계사(FA)는 "최근 경기둔화가 지속되면서 보험계약자가 일시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악화돼 긴급하게 현금이 필요하거나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보험을 해지하게 되면 해지환급금이 납입한 원금보다 적을 수 있어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향후 같은 조건으로 보험계약에 가입할 때 연령증가, 건강상태 악화 등으로 가입이 안 될수도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에 대해 시기상 불리하다는 설명을 듣더라도 될 수 있으면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워 해약을 고려할 경우에는 해약보다는 중도인출제도, 보험계약대출, 감액 등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금감원 "당장 문제 없지만 저금리 계속되면 리스크 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위험기준지급여력비율(RBC)제도 및 책임준비금 기준 강화로 자산건전성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경험해 보긴 했지만 현재와 같은 저금리의 장기화는 처음있는 일이라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금감원이 최근 전체 보험사를 대상으로 금리가 지금보다 1% 가량 더 떨어지고, 주가가 약 25% 이상 하락했을 때를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해본 결과 당장 지급여력에 문제가 발생하는 보험사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 일본 생보사들처럼 파산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김수봉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보험사의 저금리 문제와 관련해 모니터링을 수시로 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저금리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보험업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불황이 얼마나 계속갈지 장담하긴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향후 1년간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보험사들이 현재의 자산운용 전략과 비율, 상품구성 등을 모두 바꾸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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