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공적연금 수급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 시판 올해 실적 1위 농협銀 987억원 지난해 수준 넘어서 연체 시 연금계좌에서 원리금 우선 상환 "대출 증가 노후대비 차원 바람직한 현상 아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35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60대 A씨는 지난해 다가오는 자녀의 결혼식을 치르려고 공무원 연금 수급권을 바탕으로 신용대출을 받았다. 대출을 적절히 이용한 덕에 다른 금융자산을 허물지 않고 무사히 결혼식을 마칠 수 있었지만, 연금을 대출과 연계하는 것이 영 께름칙했다. 나중에 혹시라도 연체하면 연금이 고스란히 은행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공적(국민·사학·군인·공무원) 연금 수급권자 신용 대출 규모가 늘어나면서 노후 안전판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체하면 연금 계좌에서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는 구조인 만큼 자칫 노후 생활이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올해 연금대출 5년 새 최대치 전망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연금 관련 신용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주요 은행중 실적 공개를 꺼린 KEB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의 관련 상품 대출액(잔액 기준)은 지난 9월 말 현재 1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 지난해 대출 규모인 1332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연금 관련 신용대출 상품은 2013년 1307억원, 2014년 1320억원, 2015년 1309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NH농협은행 실적이 독보적이다. 농협은행은 공무원과 군인연금 수령자(유족 포함)에게 판매하는 ‘연금수급권자 생활안정자금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대출 규모는 995억원. 이미 지난해 전체실적(987억원)을 추월했다.
◇“연금대출 증가 바람직하지 않아”
연금 관련 대출 상품은 4대 공적연금 수령자의 연금 수급권으로 신용 등급을 산정해 대출을 일으킨다. 은행 연금계좌를 튼 연금수급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고객 확보 전략도 깔려 있다. 금리도 일반 신용대출 평균금리보다 높아 은행으로선 짭짤하다. 설령 연체가 발생해도 고객의 연금 계좌에서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안정적이다. 현행법상 연금수급권을 담보로 제공할 수 없으므로 신용 대출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담보 대출의 성격인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관련 대출을 받으려는 신청자 가운데 자녀 결혼비용 등 생활자금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연금을 대출로 미리 끌어달 쓸 경우 자칫 노후대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금 수급자 대부분이 은퇴를 전후한 연령대이기 때문에 부실이 잠복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이 해당 상품의 대출 한도를 2000만~3000만원대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해당 상품 판매를 적극 늘리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안전망 구축, 노후 대비 차원에서 연금을 매개로 이뤄지는 대출이 증가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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